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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세금 피해서… 美인구, 블루州서 레드州로 대이동

by by 서울뚱스 2023. 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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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역대최대 120만명 이사… 플로리다에 32만명 전입 ‘최다’

미국 인구조사국이 발표한 2022 국내 인구 이동 현황. 빨간 색으로 표시된 캘리포니아(-34만명) 뉴욕(-30만명) 일리노이주(-14만명) 등은 인구 전출이 가장 많은 주이고, 초록색으로 표시된 플로리다(+31만9000명)와 텍사스(+23만명) 등은 인구 전입이 가장 많은 주다. 세금이 높은 주에서 낮은 주로 인구가 이동하는 경향이 뚜렷이 나타난다. /미 인구조사국, 일리노이 폴리시
미국의 인구가 진보 성향이 강한 주(州)들을 가리키는 ‘블루 스테이츠(Blue States)’에서 남부의 보수 ‘레드 스테이츠(Red States)’로 대거 이동하고 있다. 건국과 남북전쟁 이래 미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북동부와 서부 캘리포니아가 높은 세금과 각종 규제로 경제 자유도가 떨어지자 주민 엑소더스가 일어나면서다. 미국의 인구를 빨아들이는 건 세금과 재정 지출을 줄여 민간 경제의 파이를 키운 보수 성향 주들이다.

최근 미 인구조사국 집계에 따르면 2022년 다른 주로 이사한 미국인은 120만여 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총 전출자의 76%를 차지한 상위 5곳은 캘리포니아·뉴욕·일리노이·뉴저지·매사추세츠주다. 모두 큰 정부를 지향하는 민주당 소속 주지사가 있는 진보 텃밭이다. 전입자의 68%를 차지한 상위 5곳은 플로리다·텍사스·노스캐롤라이나·사우스캐롤라이나·테네시주. 모두 남부의 보수 텃밭으로 노스캐롤라이나를 제외한 4곳을 작은 정부와 시장의 역할을 중시하는 공화당 주지사가 이끌고 있다.

미국 50개 주 중 플로리다 인구 증가세가 2022년에만 1.9% 플러스(약 32만명 증가)를 기록해 1위를 기록하면서, 주택과 기업 사무실 건설 붐도 일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미국에서 주택가격상승률 1위를 기록한 도시 탬파의 타운하우스 건설 현장. /로이터 연합뉴스
“인구 이동의 결정적 요인은 세금 부담이었다”고 미 조세재단은 분석했다. 전출 인구가 많은 5곳의 유효세율(수입의 세전이익 중 세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11.5% 이상, 유입 인구가 많은 5곳의 유효세율은 9.9% 이하였다는 것이다.

특히 플로리다·텍사스·테네시 등 개인소득세나 상속세, 증여세가 아예 없는 주들의 인구는 총 66만명 늘어났다. 그나마 고정세율인 주는 2만7000명 늘었다. 반면 캘리포니아처럼 13.3%의 소득세에 누진세율까지 적용한 주에선 총 54만명이 빠져나갔다. 캐나다 정책연구소 프레이저 재단의 ‘2022 경제자유도 평가’에서도 낮은 세금·규제와 노동시장 유연성, 투자 자유와 재정 건전성 등을 종합 평가한 결과 플로리다와 텍사스가 최고였고, 뉴욕과 캘리포니아가 최저 순위였다. 경제적 자유가 인구 증감과 직결된다는 것이다.

과거 미국의 인구 이동은 주로 기후와 관련 있었다. 플로리다는 원래 은퇴한 노년층이 온화한 기후를 찾아 가는 곳이었다. 그러나 최근 2~3년 새 전입 인구를 보면 자녀를 키우며 한창 일하는 30~40대 부자와 전문직의 비중이 압도적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어디에서나 원격 근무가 가능해지자 세금 낮고 물가 싸고 따뜻한 선벨트(Sun Belt·겨울이 따뜻한 남부)로 대거 떠난 것이다. 레저·관광·의료 산업 위주였던 플로리다에 젊은 인력이 몰리자 금융·IT 기업 진출도 늘었다.

똑같이 추운 북부 지방에서도 세율이 높은 일리노이주에선 인구가 14만명 줄어든 반면, 인접한 미시간·위스콘신·미주리·인디애나는 상대적으로 낮은 세율 덕에 인구가 각각 5000~8000명씩 늘어났다.

지난 연말 미 뉴욕 라과디아 공항에서 뉴욕발 국내선 비행기를 타려는 여행객들이 이동하고 있다. 미국에선 지난해 총 120만명이 다른 주로 이사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팬데믹으로 원격 근무가 확산되면서 젊은 근로자들이 세금이 낮고 따뜻한 플로리다 등 남부로 대거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EPA 연합뉴스
이번 조사에서 인구 증가율 1위를 차지한 플로리다(+1.9%), 그리고 전통적 경제 중심지임에도 인구 감소율 1위를 기록한 뉴욕(-0.9%)을 비교해보면 인구가 경제 활력에 미치는 영향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플로리다 인구는 10년 전 처음 뉴욕을 앞지르기 시작해 현재 257만명 더 많다. 지난해 비농업 일자리 숫자도 플로리다(958만8500명)가 뉴욕(957만6100명)을 앞질렀다. 세원이 되는 과세표준 규모도 2020년 뉴욕이 195억달러 감소할 때, 플로리다는 237억달러 늘었다. 주 총생산(GDP) 증가율도 플로리다는 17%, 뉴욕은 그 절반인 8%다.

반면 2024년 주정부 예산 규모는 플로리다가 1148억달러인데, 뉴욕은 2270억달러로 거의 두 배다. 주로 뉴욕의 막대한 복지 지출 때문이다. 플로리다는 주민 의료보험 지원 규모가 90억달러인 반면, 뉴욕은 260억달러로 3배에 달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플로리다는 경제가 성장해야 재정 지출을 늘릴 수 있는 반면, 뉴욕은 재정이 부족하면 바로 세금을 늘려 해결하려는 구조”라고 했다.

공화당의 2024년 대선 경선 유력 주자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지난 15일 웨스트 팜비치의 한 대학에서 정책 관련 연설을 하는 모습. 규제 완화 등 경제 정책 성공에 따른 미 인구 증가율 1위 등의 실적을 바탕으로 내년 대선에 도전할 전망이다. /AP 연합뉴스
인구 이동은 정치 지형도 바꿀 가능성이 있다. 지난 30여 년간 플로리다는 연방하원 의석이 9석 늘고 뉴욕은 8석 줄었다. 아직 대선 선거인단 수는 29명으로 똑같지만 향후 플로리다 선거인단이 더 많게 조정될 수 있다. 정치 전문 매체 더힐은 “지난해 중간선거에서 나타난 레드 웨이브(red wave·공화당 선전)가 2024 대선에서도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뉴욕타임스는 “진보 진영은 동성애·낙태 관련 보수적 정책을 들어 공화당 유력 대선 주자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를 폄하하지만, 그가 ‘경제-인구 성공’을 내세울 경우 결과는 모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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