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저는 2005년 4월 19일 추기경님들의 손으로 저에게 맡겨진 베드로 성인의 후계자인 교황의 직무를 사퇴합니다. 이에 따라 2013년 2월 28일 20시부터 로마 주교좌(座:교황직)는 공석이 되며, 관할권자들은 새 교황 선출을 위하여 콘클라베를 소집해야 할 것이라고 선언합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
지난 2013년 2월 11일 전세계 가톨릭은 엄청난 충격에 빠졌다. 즉위한 지 8년째인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갑자기 사임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현직 교황이 생전에 사임한 것은 1415년 그레고리오 12세 이후 598년만에 처음있는 일이었다. 생전에 교황직을 사임하며 가톨릭에 새 역사를 쓴 베네딕토 16세 전(前) 교황이 31일(현지 시각) 선종(善終)했다.
베네딕토 16세는 보수적 입장에서 20세기 후반 가톨릭 신앙의 정통성을 수호한 대표적 인물이었다. 1927년 독일 바이에른 지방의 독실한 가톨릭 집안에서 태어나 성장한 그의 본명은 요제프 라칭거. 젊은 시절엔 진보적 신학자로 촉망받았다. 현대 가톨릭의 기틀을 마련한 1960년대초 제2차 바티칸공의회 때에는 가톨릭 교회 개혁을 앞장서 주장했다. 그러나 1960년대말 전(全) 유럽을 휩쓴 ‘68혁명’ 당시 네오마르크시즘의 급진적 행태를 목격한 후 보수적 신학으로 돌아섰다. 독일 본대학교, 뮌스터대학교, 튀빙겐대학교를 거쳐 레겐스부르크대학교에서 신학 교수로 활동했으며 1977년 뮌헨대교구 교구장 추기경이 됐다.
바티칸 교황청에 입성한 것은 1981년. 요한 바오로2세 교황이 신앙교리성 장관으로 발탁했다. 이후 요한 바오로2세가 선종하고 베네딕토 16세가 즉위한 2005년까지 20여년은 가톨릭의 격변기였다. 남미를 중심으로 해방신학이 확산하고 사제가 게릴라가 되는 경우까지 생겼다. 또한 여성사제를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거셌다. 무신론과 세속주의도 위협이었다. 그는 이런 움직임에 강경하게 맞섰다. “동성애는 죄악” “콘돔 사용은 신의 섭리에 위배” “낙태 지지 정치인들에게 성찬을 베풀지 말라” 등의 발언으로 강경 보수파로 각인됐다. 대중들과 잘 어울렸던 연극배우 출신 전임 요한 바오로2세에 비해 학자풍인 그는 대중적 인기는 적었다. 하지만 완고한 이미지와는 달리 고양이를 좋아했으며 피아노 연주와 맥주를 즐긴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런 인간적 면모는 2019년 영화 ‘두 교황’에서도 묘사됐다.
2005년 그가 후임 교황으로 선출됐을 때 바티칸 주변에선 ‘과도기적 교황’이란 이야기가 나왔다. 고령(즉위 당시 78세)인데다 보수파로 유명한 그에 대한 기대감도 높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단순한 ‘징검다리 교황’ ‘전통의 수호자’에 머물지 않았다. 오히려 종신(終身)으로 여겨져온 교황직을 생전에 사임함으로써 새 전통의 창조자로 대반전을 연출했다.
그의 사임 후 2013년 2월 28일 아르헨티나 출신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출되며 ‘두 교황’ 시대가 열렸다. 교황을 상징하는 흰 옷을 입은 전임·후임 두 교황이 포옹한 후 전임 교황이 헬기를 타고 바티칸을 떠나는 장면은 가톨릭의 새 시대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었다. 베네딕토 16세는 퇴임 후 독일 언론인과 인터뷰를 통해 “사임은 건강 때문이었다”면서 “후임으로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출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2005년 자신이 교황으로 선출될 당시 베르골리오 추기경이 유력한 후보로 함께 거론됐기 때문에 “그때 이미 기회가 지나갔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 인터뷰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하느님 그리고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방식을 보았을 때 기뻤고 행복했다”며 “(비유럽 출신 교황 탄생으로)지쳐있는 서구에 새로운 활력을 주고, 신앙에 대한 지루함과 망각으로부터 다시 일으켜세울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실천한 ‘생전 사임’ 전통이 이어질지도 관심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최근 스페인 언론과 인터뷰에서 “2013년 교황 선출 직후 ‘건강상의 이유로 장애가 생길 경우’를 대비해 당시 교황청 국무원총리였던 타르치시오 베르토네 추기경에게 사직서를 미리 제출했다”고 밝힌 바 있다. /
편집숍은 살아 움직인다, 비이커가 브랜드를 발굴하는 법
남과 다르게 입고, 패션 트렌드를 빠르게 캐치하는 '패피(패션피플)'들이 열광하는 곳이 있다. 패션 바이어들이 국내외에서 발굴해 엄선한 옷을 가장 먼저 만나볼 수 있는 곳, 바로 편집숍이다. 과거엔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 의류 제품을 선별해 소비자들의 반응을 살피는 '테스트베드'였다면, 편집숍은 이제 브랜드를 발굴·개발하고, 자신만의 상품을 만들어 판매해 수익을 내는 '패션 플랫폼 브랜드'로 변모했다.
지난달 18일 서울 성수동에 세 번째 플래그십 스토어 '비이커 성수'를 열고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히는 편집숍 브랜드 '비이커(BEAKER)'의 이윤경 삼성물산 패션부문 비이커팀 그룹장을 만나 좋은 브랜드를 발굴하는 노하우를 들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편집숍 브랜드인 비이커는 10년 전인 2012년 서울 청담동과 한남동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고 편집숍 사업을 시작했다. 그동안 메종키츠네, 아미, 르메르 등 신(新)명품에 등극한 다수의 글로벌 브랜드를 국내에 소개하면서 명성을 얻었다. 낫띵리튼, 더오픈프로덕트, 유스, 테켓 등 수많은 국내 신진 브랜드를 직접 키우기도 했다.
브랜드 발굴에 필요한 안목은 어떻게 길러야 할까. 이윤경 그룹장은 "항상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고 답했다. 그는 "옷을 좋아하고 좋은 패션을 보는 눈은 기본기"라며 "실제로 비이커 바이어 중엔 유튜브, 인스타그램에서 패션을 소개하는 인플루언서도 많다"고 했다. 패션을 좋아하고 이를 찾는 사람이어야 좋은 브랜드와 제품을 선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그룹장은 "신명품이라 불리는 '잘나가는 브랜드'의 제품들을 선보일 수 있었던 것은 비이커가 쌓아온 바잉 능력의 결과물이고, 비이커의 지난 10년은 숨어있는 브랜드를 하나씩 찾아가는 여정이었다"며 "패션 트렌드는 멈춰진 것이 아니라 살아 움직인다. 편집숍도 그에 맞춰서 끊임없이 계속 움직여야 하는 이유다. 편집숍의 원동력이자 쓸모는 숨어있던 브랜드를 세상 밖으로 끄집어내 단독 매장으로 내보내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비이커는 시장에 안착한 몇 안 되는 국내 편집숍 모델이다. 2019년 손익분기점(BEP)을 넘기며 흑자 전환에도 성공했다. 사업이 안정 궤도에 들면서 오리지널(PB) 상품도 만드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국내외 디자이너 브랜드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오리지널 상품이 문턱을 낮췄고, 지금은 비중도 전체 대비 20% 수준으로 올라왔다.
종잡을 수 없는 패션 시장에서 그동안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 '이건 뜨겠다' 싶어 제품을 바잉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반응이 별로인 제품도 종종 있었다. 그럴 땐 제품 구성을 조금씩 바꿔 새로운 분위기로 다시 브랜드를 어필했다.

해외 브랜드 일색이었던 편집숍이 지금은 국내 브랜드에도 많은 자리를 내주고 있다. 과거엔 국내 시장에 잘 알려지지 않은 해외 패션 브랜드를 수입해 보여주는 것에 주력했다면, 요즘은 잠재력 있는 '좋은' 국내 브랜드를 찾아내 소개하는 것이 편집숍 트렌드가 됐다. 다만 세계적으로도 패션에 민감하기로 정평 난 한국 패션피플들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해외 브랜드보다 경쟁이 매우 치열한 것이 현실.
이 그룹장은 "국내 브랜드는 유행 주기(브랜드가 인기를 얻고 잃는 시간)가 매우 짧다. SNS에서 뜨는 브랜드라고 해서 편집숍에 들여놓았다가 어느 날 소리소문없이 관심에서 멀어지고, 또 다른 브랜드가 뜬다"며 "무신사, W컨셉 등 온라인 플랫폼 덕분에 오프라인 매장이 없어도 브랜드를 론칭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비이커가 엄선한 국내 브랜드는 공간이 한정적인 백화점 매장 대신 한남·청담·성수 등 플래그십 스토어 세 곳에서 볼 수 있다. 여기엔 이유가 있는데, 이 그룹장에 따르면 "매장 수가 많은 백화점 매장 매출이 훨씬 높지만, 비이커를 제대로 보여주는 건 플래그십 스토어"이기 때문이다. 백화점은 캐시카우, 플래그십은 편집숍의 DNA가 담긴 정체성을 보여주는 공간으로 서로의 역할이 다르다는 의미. 플래그십은 새로운 시장에 진입하는 선봉장 역할도 하는데, 이번 성수동에 세 번째 매장을 낸 이유 역시 새로운 지역 발굴 차원에서다.
이 그룹장은 "성수동은 소규모 디자이너부터 명품까지 다양한 콘텐트의 집합체로 변화하는 곳"이라며 "활발하게 젊은 층을 유입할 수 있는 '컬처 블렌딩 유니언'이라는 비이커의 콘셉트와 맞닿아 있어 플래그십 스토어에 적합한 장소"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비이커 성수와 같은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브랜드 '비이커'가 지향하는 컨셉추얼한 이미지와 분위기를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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