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카타르월드컵이 끝났다. 한국은 바늘구멍 같은 경우의 수를 뚫고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 이후 12년 만에 16강 진출이라는 목표를 달성했다. 아직도 H조 조별리그 3차전만 생각하면 심장이 요동친다. 그날은 매 순간이 기적의 연속이었다. 포르투갈에 선제골을 내주고 낙담하다가 김영권이 동점골을 넣자 목이 터지도록 환호했고, 동시에 우루과이가 가나에 앞서가는 것을 보면서 희망을 키웠으며, 드디어 후반 추가시간 황희찬이 극적인 역전골로 기적의 드라마를 성공시켰을 때 모두가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손흥민이 돌파하고 황희찬이 때려 넣는 장면은 아무리 돌려봐도 싫증이 나지 않는다. 오히려 볼 때마다 더한 흥분이 끓어오른다. 포르투갈에 이기고도 아직 우루과이-가나전이 종료되지 않아 대표팀 선수들이 경기장을 떠나지 못하고 한데 모여 기도하던 장면도 생생하다. 드디어 최상의 시나리오대로 마무리되는 순간, 그라운드에서 뛴 선수나 밤새워 응원하던 국민 모두 서로 부둥켜안고 펄쩍펄쩍 뛰었던 감격은 아마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아르헨티나-프랑스의 결승전도 손에 땀을 쥐게 했다. 정규시간과 연장까지 3-3의 명승부, 그리고 승부차기까지 가는 146분여의 드라마는 국적을 초월해 전 세계인에게 깊은 감동을 줬다. 목표를 향해 죽을 힘을 다하고, 마침내 쟁취한 우승컵 앞에서 오열하고 환호하는 모습에서 인류 보편적인 감정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스포츠엔 인생의 희로애락이 깃들어 있다. 특히, 월드컵은 가장 솔직한 방식으로 인생을 비추는 것 같다. 경기 전엔 사납게 으르렁대다가도 경기가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서로 진하게 끌어안는다. 월드컵 우승컵을 따낸 리오넬 메시는 결승전이 끝난 후 동료·스태프와 일일이 포옹했다. 16강전에서 한국을 4-1로 이긴 브라질의 네이마르는 상대편도 보듬었다. 경기할 때는 빼어난 개인기로 한국을 농락하더니 경기가 끝나자 풀죽은 손흥민을 안아주며 승패를 초월한 인간애를 보여줬다. 축구란 본디 어떤 종목보다 신체 접촉이 과격하지만, 그때 그 순간만큼은 이 세상 무엇보다 따듯했다. 만약 ‘포옹 챌린지’가 있다면 우승은 월드컵의 몫이리라.
눈물도 있다. 축구 선수들은 울보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수많은 울보가 나타났다. 손흥민은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 승리가 결정되자 쓰고 있던 마스크를 벗어던지며 그라운드에 얼굴을 묻고 펑펑 울었다. 그런 손흥민을 보면서 국민도 함께 울먹였다. 한국에 밀려 결국 16강 진출이 좌절된 우루과이의 루이스 수아레스는 유니폼에 얼굴을 파묻었고, 아르헨티나의 디마리아는 결승전에서 교체된 후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보며 위기의 순간마다 얼굴을 싸매고 울었다.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또 어떤가. ‘노쇼’로 국내 팬에게 비난받은 바 있는 호날두는 한국과 경기에서 지고 나서 경기장 출입구를 빠져나가며 결국 울음보를 터뜨렸다. 아무리 비호감이라도 이때는 측은해 보였다. 지난 한 달 월드컵이 있어 참 행복했다. 명승부도 좋았지만 그들의 원초적인 충돌과 포옹, 진솔한 웃음과 울음이 있어서 더 그랬다. 내년엔 따뜻한 포옹과 뜨거운 눈물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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