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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생각...

일류 의과대학의 조건

by by 서울뚱스 2022. 1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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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학년도 대입 수시모집에서 소위 최상위권 대학의 최종합격자 3명 중 1명이 등록을 포기했다고 한다. 이들 대학의 자연계열 수시합격자 다수가 다른 대학 의학 계열로 빠져나간 것으로 보인다. 건강하고 안전한 미래 인류사회를 위한 헌신, 그리고 의학도로서의 개인적 성취의 출발점에 선 합격생들에게 축하와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우수한 대입 지원자들이 의과대학으로만 지나치게 몰리는 것은 문제다. 현대 의학이 아직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에 대한 도전을 위해서는 생명과학 등 기초과학, 공학과의 협력연구가 필수적이고, 이 분야에 우수 인재도 필요하다. 또한, 최근 의학계에는 의과대학 졸업생들의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 등 '어려운' 분야의 전공의 지원율이 크게 낮은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최근 한 대학병원에서는 의료진을 확보하지 못해 소아청소년과 진료를 포기했다고도 한다. 소중한 인적 자원이 정작 있어야 할 곳에 적정 공급되지 못한다면 이 또한 걱정이다.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Hanna Arendt)는 '인간의 조건'에서 사람이 살면서 하는 일의 유형을 세 가지로 나누어 설명했다. 첫째, 매뉴얼을 따르는 단순 노동(labour), 둘째, 창의적 유연 과업(work), 그리고 셋째,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실천행위(action)가 그들이다. 우리 고등학생들에게 대학 입학 준비가 힘들었던 것은 공부가 매뉴얼에 의한 단순 노동이었기 때문이다. 각급 학교에서 창의적이고 유연한 공부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늘 얘기해 왔지만, 대입 결과만이 중시되는 학교 분위기와 관행 속에서 현실적으로 실현되기 어려웠다. 이들에게 의미 있는 사회적 실천행위에 대한 고민은 사치였다.

이제 대학 입학을 앞둔 미래 세대가 단순 노동으로서의 공부가 아닌 창의적 유연 과업, 의미 있는 사회적 실천행위에 좀 더 관심을 기울였으면 한다. 소위 일류 대학과 의과대학에 합격한 젊은이들도 좀 더 큰 꿈을 꿨으면 한다. 첫 직장과 첫 직업을 머릿속에 그려 보는 것은 얼마든지 좋다. 그러나 조금 더 창의적이고 유연하게 일을 하고, 좀 더 의미 있는 일을 찾아서 하는 비전도 같이 그렸으면 한다. 때에 따라서는 꽃길을 버리고 어려운 길을 선택할 수 있는 용기도 배워야 한다. 그래야 개인의 삶의 조건이 더욱 풍성해질 수 있다는 아렌트의 조언에 귀를 기울였으면 한다.

또 한번 신입생을 맞이하는 대학의 준비도 달라져야 한다. 단순 노동을 위한 매뉴얼 교육 기관의 수준에 계속 머문다면 대학에는 미래가 없다. 미래 사회에 대학이 사라질 수도 있다. 미래의 대학은 창의적 과업에 도전하는 곳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대학이 세상의 어떤 다른 조직보다 훨씬 더 유연해져야 한다. 창의적 과업에의 도전을 위해 불가능한 것이 없는 곳이 되어야 한다. 기존의 전공 문턱을 낮추어야 하고, 학생들의 유연한 자기설계 학습도 가능해야 한다. 신입생들의 무 전공 입학제도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대학 강의실도 획기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교수들의 화려한 변신이 필요하다. 교수들 스스로가 기존 지식을 일방적으로 강의하는 무대를 벗어나, 어려운 문제를 찾아서 제시하고 학생들과 함께 협력해서 도전하는 새로운 무대를 만들어야 한다. 대학 당국은 교수들의 강의실 혁신을 적극 지지하고 도와줘야 한다. 그 속에서 우리 젊은이들이 더 이상 단순 노동이 아닌, 유연한 과업과 의미 있는 사회적 실천행위의 가치를 스스로 찾아내도록 해야 한다. 이런 준비를 잘하는 곳이 미래의 일류 대학이다. 또한 일류 의과대학의 조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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