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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미츠이에게
우리는 목소리로만 이루어진 괴담이라고 할까 분명 이름을 부르는데 보이지 않는다 깨진 컵은 날카롭고 우리는 뭉툭하지 무른 입술로 부르던 이름을 기억한다 어느 누구의 발음이 자꾸만 뭉개질 때 붙였다 뗀 반창고처럼 너덜거리는 것만 같지 자꾸만 돌아보는 사람아 발을 떼는 순간부터 여기는 앞이야 뒤통수를 보이는 순간부터 우리는 밀려 나가는 사람이 되는 거야 이건 우리만 아는 이야기
머리를 긁적이며 말을 잇는다 미츠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과 아무것도 보지 않는 것은 다르다는 걸 잘 알잖아 한여름에도 분홍색 니트를 찾는 미츠이 무서울 때마다 입술을 깨물어대면 살아 있는 기분이 들어
양손으로 팔을 감싸다가
몸을 웅크리던 미츠이를 본다
여기는 너무 추워
속삭이는 목소리에 비해 우리는 너무 컸지
미츠이, 하고 부르면
아무 대답도 돌아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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