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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생각...

소방관의 기도

by by 서울뚱스 2023. 3.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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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시여/제가 부름을 받았을 때는/아무리 강력한 화염 속에서도/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힘을 저에게 주소서/거대한 두려움이 밀려와도/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주소서/…그리하여 너무 늦지 않게/어린이를 감싸 안을 수 있게 하시고/공포에 떠는 노인을 구하게 하소서….

1958년 미국의 소방관 앨빈 윌리엄 빈이 화재에서 세 어린이를 구하지 못한 죄책감에 쓴 것으로 알려진 ‘어느 소방관의 기도’라는 시다. 지난 6일 전북 김제시 금산면 화재 현장에서 ‘공포에 떠는 노인’을 구하려던 새내기 소방관이 목숨을 잃었다. 4번의 도전 끝에 합격해 지난 5월 임용된 서른 살의 이 소방관은 구출된 할머니가 “할아버지가 아직 안에 있다”고 외치자 불길에 휩싸인 주택으로 뛰어들었지만 결국 빠져나오지 못했고, 할아버지와 함께 쓰러진 채 발견됐다.

2019년 8월 전북 정읍시 농소 119안전센터에 근무하던 정모 소방장은 울산의 한 저수지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하루 뒤 그의 사물함을 연 동료들은 오열했다. 3년 전 경북 울주군에서 정 소방장과 함께 집중호우에 고립된 주민을 구하다 사망한 강모 소방사의 근무복이 영정처럼 걸려 있고 쪽지 한 장이 발견됐다. ‘…너무 괴롭다. 정신과 치료도 약도 보탬이 되지 않는다. 가족을 위해 버텨왔다. 같이 살고 같이 죽었어야만 했다…’. 남겨진 정 소방장의 휴대전화에는 강 소방사와 함께 당한 사고 내용과 이후 힘들었던 순간이 A4용지 24장 분량으로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2011년부터 10년간 순직 심의를 신청한 소방관은 117명에 달한다. 화재 진압 작업과 동료의 희생에 따른 트라우마 등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소방관도 64명이나 된다. 한 해 평균 16명의 소방관이 목숨을 잃은 것이다. 군인과 경찰 공무원들의 숭고한 희생도 소방관에 뒤지지 않는다.

국가보훈부 승격을 계기로 보훈에 대한 인식과 대상도 업그레이드돼야 한다. 보훈이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에 대한 추모와 그 후손에 대한 지원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지금 일상에서 국민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분들도 부족함 없이 예우하는 ‘생활 보훈’ ‘현재형 보훈’이 돼야 한다. ‘제복을 입은 분들에 대한 인식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꼽은 박민식 보훈처장이 초심을 잃지 않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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