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산불과 지진, 그리고 전쟁. 여러 재난이 인류를 줄곧 찾아왔고 아무도 원치 않아도 또 다른 재난이 다시 닥칠 것이 분명하다. 거의 확실한 재난도, 규모와 시기를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재난도 있다. 큰 지진과 미래 감염병을 미리 예측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도, 기후 변화와 인구 감소는 예측이라 할 수도 없다. 이미 우리 곁에 온 겪기 시작한 미래다.
연구 방법이 대부분 무척이나 단순하다. 두 평면 사이에 여러 물체를 두고 스프링으로 연결한 단순한 역학 모형으로 지진을 이해하려는 시도도 있다. 심지어 생물의 대량 멸종을 이해하고자 하는 단순하지만 유명한 모형에서는 길이가 서로 다른 막대 사이의 경쟁의 꼴로 멸종 현상을 재현한다. 이처럼 극도로 단순한 물리학의 모형이 현실의 재난을 과연 설명할 수 있을까?
재난 이해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통계물리학의 개념이 임계현상(critical phenomena)의 보편성(universality)이다. 온도를 올리면 자석의 자성이 사라지고 물이 끓어 수증기가 되는 것처럼, 물질의 거시적인 특성이 급격히 변하는 것이 상전이다. 이때 임계점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임계현상이라 한다. 통계물리학 연구를 통해, 여러 다양한 임계현상에 놀라운 보편성이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자석을 이루는 철 원자와 물 분자처럼 미시적 속성은 전혀 달라도, 임계현상에는 흥미로운 보편성이 있다.
통계물리학이 주목한 임계현상의 첫 번째 보편성이 바로 척도가 없다는 특성이다. 원자들의 스핀이 위와 아래의 두 방향만을 가리킬 수 있는 경우, 위와 아래를 각각 흰색과 검은색으로 표시해보자. 임계점에서 전체 원자자석들은 다양한 크기의 검은색 영역과 흰색 영역이 섞여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전체를 보나 부분을 보나 모습이 거의 비슷해서 사진 찍어 보여주면 얼마나 큰 영역인지 판단할 수 없다.
이처럼 임계현상에는 척도가 없어, 얼마나 커야 크다고 할 수 있는지를 딱 잘라 말할 수 없다. 임계현상의 또 다른 보편성이 있다. 구석에서의 작은 변화가 서로의 연결로 전체에 파급되어 아주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임계현상의 보편성은, 여러 현실 요인을 과감히 덜어낸 단순한 통계물리 모형이 현실 재난의 이해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단순한 산불 이론 모형이 있다. 날아온 씨앗으로 나무가 여기저기 자라나고, 어쩌다 한 나무가 발화하면 주변 나무로 불이 번진다는 것이 모형의 전부다. 나무의 밀도가 작다면, 어쩌다 불붙어도 나무가 별로 없어 금방 불이 꺼지고, 여기저기서 나무가 더 자라나게 된다.
한편, 울창한 숲에 불이 나면 많은 나무를 태운 다음에야 꺼진다. 즉, 숲의 나무 밀도는 작으면 늘고 크면 줄어, 특정한 임계값을 향해 계속 다가간다. 저절로 도달한 이 임계상태에서는 산불 규모에 척도가 없어 확률분포의 꼬리가 길다. 몇 그루 나무를 태우고 산불이 꺼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숲 대부분을 태우는 큰 산불도 드물지만 간혹 발생한다. 나무 종류와 바람의 세기도 현실의 산불에는 중요하다. 하지만 현실 산불의 확률분포도 모형의 결과처럼 척도가 없다. 단순한 모형이 현실의 산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은 바로 임계현상의 보편성 덕분이다.
척도가 없다는 임계현상의 보편성은 크고 작은 재난을 일으키는 원인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시사한다. 큰 산불도 한 그루 나무에서 시작하지만, 최종 산불 규모를 이 나무의 특성으로 미리 알 수는 없다는 뜻이다. 시스템의 작은 구성요소 하나를 재난의 원인으로 지목하는 관점은 문제가 있고, 재난의 이해에는 이들의 연결이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결론이다. 많은 통계물리학자가 여러 재난을 예측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믿는 이유다. 하지만 예측은 못해도 미리 대비할 수는 있다. 재난은 연결로 퍼지고, 연결의 작은 차이가 큰 재난을 막을 수도 있다.
통계물리학에서 ‘임계’로 번역하는 단어 critical은 ‘결정적인’, 그리고 ‘중요한’이라는 뜻도 있다. 나는 통계물리학의 ‘임계’현상의 관점이 우리에게 닥칠 온갖 재난현상의 이해에 무척 ‘중요’하다고 믿는다. 단순한 통계물리 재난 모형처럼, 우리 삶에도 작은 것에 구애받지 말고 멀리서 크게 봐야 더 잘 보이는 것들이 있다. 통계물리 재난 연구의 결론처럼, 우리 삶에도 예측은 못해도 대비할 수 있는 것이 있다.
[뚱스의 말과 글] [1] 나이듦의 기술
어릴 때, 이웃집 할머니 자매 두 분 중 일곱 살 연상의 언니가 훨씬 더 젊어 보이는 게 늘 신기하게 느껴졌다. 한 분은 자전거를 탈 정도로 건강했고, 다른 분은 기운이 없어 늘 집에 누워 계셨다. 어째서 이런 차이가 생기는 걸까.
엘렌 랭어의 책 ‘늙는다는 착각’에는 ‘시간 거꾸로 돌리기 연구’라는 실험이 등장한다. 이것은 70~80대의 노인들을 20년 전의 시간으로 되돌려 일주일간 독립적으로 생활하도록 한 실험이다. 그 시절의 뉴스와 영화를 보고, 그때의 생활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다. 일주일 만에 놀라운 결과가 도출됐다. 실험 전까지 글자가 보이지 않아 포기했던 독서나 관절이 아파서 하지 않았던 설거지와 청소는 물론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일까지 노인들은 ‘스스로’ 그 모든 일을 해냈다. 청력, 기억력, 악력, 유연성, 자세나 걸음걸이까지 현저히 ‘젊어진 것’이다. 저자는 “노인들의 발목을 잡는 것은 신체가 아닌 신체적 한계를 믿는 사고방식”이라고 강조한다.
흥미로운 건 아이를 늦게 낳은 여성이 아이를 일찍 낳은 여성보다 평균수명이 길다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아이와 생활하며 젊고 건강한 신호에 더 자주 노출되기 때문이다. 연상 연하의 배우자의 경우도 그렇다. 우리가 움직일 때마다 무의식중에 내뱉는 “아이고, 허리야~” “이제 늙었나봐!” 같은 말 역시 우리 뇌에 쌓여 고스란히 각인된다.
우리 사회는 사회적 시계를 중시한 탓에 20대에는 취업, 30대에는 결혼, 40대에는 내 집 마련 같은 과업에 집착한다. 하지만 신체 나이에 맞는 올바른 생활방식과 태도가 있다고 믿으면 60대와 70대에 남는 건 은퇴와 노화뿐이다. 그러나 노화와 퇴화는 다르다. 기억력 퇴화 역시 그동안 쌓인 데이터가 젊은 시절에 비해 많아서 생긴 정체 현상으로도 설명할 수 있다. 잊지 말아야 할 건 결국 태도다. 노년의 기억력이 좋아지려면 늘 먹던 것, 가던 곳을 갈 때가 아니라 새로운 음식을 먹고, 가보지 않은 곳을 갈 때다. 구부정해지려는 마음을 한 번 더 펴는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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