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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뜡스 .에세이1] 우선순위

by 서울뚱스 2023. 2. 5. 0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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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것보다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 가장 기본적으로 통용되는 ‘우선순위’의 정의다. 비즈니스, 조직의 규모와 무관하게, 우선순위는 매일의 업무와 직결된다. 우선순위들(보다시피 복수형이다)을 관리하는 것은 성장과 성과목표 달성을 위해 직원들이 매일 하는 업무 중 하나다. 회사 규모가 클수록 관리해야 할 복잡한 일이 더 많고, 우선순위가 상충하는 상황에 놓이기 쉽다.

그러나 이것이 다가 아니다. 우선순위에는 우리 삶의 다른 면들도 반영해야 한다. 가족, 개인적인 관심사와 취미, 봉사활동 같은 것들 말이다. 이것은 때로 난관을 불러온다. 일례로, 앞선 나의 칼럼에서 언급한 것처럼, 나는 한국의 일하는 젊은 부모들에게 특별한 인상을 받았다. 그들은 매우 치열하고 경쟁적인 환경에서 아이들을 낳아 교육하는 것을 선택하고, 커리어에 대한 열망과 자녀에게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부모로서의 본능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 위해 노력하는 용감한 사람들이다.

사실, 현대 사회는 지식과 문화에 대한 접근성 향상, 의사소통의 효율화, 삶에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 등 많은 진보를 선사했다. 반면, 수많은 새 기회를 제공하고 새로운 사회 패러다임을 소개하면서도, 정작 그것들 중 어느 것을 우선시해야 하는지에 대한 방법은 전혀 알려주지 않았다. 우선순위를 정하는 부담은 오롯이 우리 몫이 된 것이다. 하지만 너무 많은 우선순위는 되레 우선순위를 파괴한다!

현대 사회의 새로운 딜레마에 직면한 뒤, 나는 우선순위의 어원적 기원을 파헤치면서 흥미로운 통찰을 발견했다. 20세기 중반까지 가장 보편적인 우선순위의 뜻은 ‘시간 순서대로 먼저 오는 상태 또는 사실’이었다는 점이다. 더 중요한 것을 우선순위로 정의하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이 사실은, 우선순위의 과거 정의처럼 환경에 의해 그냥 주어지거나 상충하는 수많은 우선순위가 아닌, 의미 있는 목표로 나아가기 위한 우선순위, 즉 중요한 삶의 목표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다.

최근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진로를 고민 중인 딸과 이 근본적 질문을 탐구해 볼 기회가 있었다. 여느 친구들처럼, 딸은 전 과목에서 최고의 성적을 얻고, 스포츠를 연마하는 데 집중하면서도, 개인적 취미나 친구들과의 소중한 순간을 위해 시간을 내려고 애를 쓴다. 이 모든 우선순위를 다 감당하려다 보니 시간은 모자라고, 압박은 커진다. 마치 우리 사회의 완벽한 복제판처럼! 나와 아내는 자신만의 길을 찾기 위해 삶의 진정한 목적을 이끄는 원동력은 무엇이며, 딸이 항상 최우선으로 삼고, 미래를 결정할 때 가장 고려해야 할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딸과 함께 찾아 나가고 있다.

새로운 MZ세대는 이미 인생의 진정한 목적을 찾기 위한 탐구를 시작했고, 잘해 나가고 있다. 우리에게 진정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일에 너무 늦은 때란 없다. 당신은 어떠한가?


휴가를 위한 두 가지 팁

8월은 아이들을 위한 여름휴가 시즌이다. 바쁜 직장인들도 이 시기에 보통 2~3주간 휴가 일정을 잡곤 한다. 대부분의 회사나 업체들이 쉬는 까닭에 도시는 텅 비고 대서양과 지중해 해변은 북적거린다. 이 시기에 전국은 ‘오프’보다 ‘대기’ 모드로 들어가며, 여행은 정점에 달한다. 반면, 스스로 경험한 서울의 풍경은 사뭇 달랐다. 지금껏 1주일 이상 휴가를 내는 동료를 보기 힘들었다.

산업 발전 시대의 유산인 ‘휴가’는 본래 ‘근로자가 육체 노동으로부터 회복할 수 있는 기간’으로 설계됐다. 그러나 이제 보통의 직장인들에게도 ‘휴가’는 필수다. 근대에 들어서 근로 자체로 인한 신체적 부담은 줄었지만, 새로운 디지털 기술과 커뮤니케이션 과부하로 심리적 부담은 가중됐기 때문이다. 업무는 일상 속에 더 깊숙이 침투했다. 20년 전 우리 삶 속으로 들어온 노트북 컴퓨터로 연장 업무가 가능해지고, 스마트폰으로 언제든지 연락할 수 있게 되면서, 일과 사생활의 벽이 허물어졌다. 최근 코로나 팬데믹으로 온라인 미팅이 급증하면서 일상에 업무가 무질서하게 개입하게 됐다.

지금 우리는 전 세계 언제 어디서든 연결되는 삶을 살고 있다. 그래서 우리가 꿈꾸는 휴가의 모습은 짊어지고 있던 의무, 즉 일에서 일시적으로 탈출하는 ‘단절’로 변하고 있다. 비록 한국의 휴가는 충분치는 않지만 일과의 단절을 통해 힐링을 얻을 수 있는 기회다.

관점을 바꿔보자. 의무와 직장생활, 자신과의 관계 측면에서 진정한 연결은 무엇인가? 와이파이, 줌(Zoom), 5세대(5G) 이동통신이 진정 더 나은 삶을 위한 우리의 연결을 가속화할까? 몇 년간의 실험 끝에, 필자는 기술이나 사회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보다 나 자신과 연결되는 순간을 더 추구하게 됐다.

여기 휴가를 위한 두 가지 팁을 공유하고자 한다. 첫째는 “주도권을 잡아라”이다. 나를 위한 시간을 주도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이는 일과 개인적 의무에 휘둘려 일상을 방해받지 않기 위해 중요하다. 누구나 스포츠, 예술, 요리 등 열정이 있는 분야가 있다. 딱히 관심 분야가 없는 이들에게는 두 번째 팁을 제안한다. “계속 탐색하라”이다. 생전 관심을 두지 않던 낯선 전시회나 콘서트에 용기 내어 가보거나 새로운 스포츠를 배우는 것이다. 미지의 세계 앞에서 망설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새로운 경험에 자신을 노출시키고, 몰랐던 나의 취향, 관심(또는 무관심)을 발견하고, 무엇보다 새로운 열정을 발견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배움을 얻는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은 경험을 쌓고, 개인적 목표에 집중하고, 자아 발전을 주도하는 것을 ‘에우다이모니아(Eudaimonia)’라고 했다. 에우다이모니아는 삶의 궁극적인 목표를 말한다. 문명, 기술, 사회가 진화함에도 여전히 인간은 열망한다. 열망, 즉 궁극적인 목표를 계속 간직하는 것은 결국 우리 자신에게 달렸다.


소중한 창업가 정신

얼마 전 어느 신문사의 논설위원이 쓴 ‘기업한 죄’라는 제목의 글을 보면서 문득 몇 년 전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친구가 떠올랐다. 세상을 떠나기 불과 며칠 전 코스닥시장에 회사를 상장했다고 기뻐하며 저녁 모임을 청했던 친구였다. 그가 세상을 떠나고 한 달쯤 후에 그의 부인으로부터 도와달라는 전화가 걸려왔다.

문제는 상속세였다. 사망 당시 상장한 회사의 주가는 6000원 정도였는데, 사망 후 한 달여 만에 2000원으로 떨어졌다. 상속받게 되는 주식과 다른 재산을 모두 팔아도 상속세를 납부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평생 기업을 일구고 키우기 위해 열심히 일한 친구였다. 하지만 준비 없이 세상을 떠났다는 이유로 자신의 자식이 세금을 내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될 처지에 놓이는 상황을 그 친구는 상상이라도 했을까. 유족들의 선택은 상속 포기 외에는 없을 것이다. 부친이 평생 목숨을 걸고 일궈온 유산을 지키지 못해 죄인 심정으로 살아야 함은 물론, 사장과 함께 열심히 회사를 키워온 임직원들이 처한 상황 역시 암담했을 것이다.

나도 기업인이다. 30대 중반에 창업해서 40년 넘게 회사를 경영했다. 회사는 어느덧 중견기업으로 성장했고, 함께 미래를 개척해 가는 사원들이 많아졌다. 그러다 보니 내 나이도 많아져서 이제 곧 경영자로서의 수명은 물론, 인생을 마감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우리 회사는 기업승계 프로그램도 이용할 수 없는 규모라 결국 회사 매각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 우리나라 세법은 현금이나 부동산 등 상속자 소유의 재산을 처분해 상속세를 납부하고 그래도 부족한 경우에만 상속받은 주식으로 납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회사를 상속받지 말고 매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세계적 유통기업인 알리바바의 최대주주인 소프트뱅크는 알리바바의 경영진 선임에 의결권을 전혀 행사할 수 없다. 창업가 그룹의 기업정신이 유지돼야 한다는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의 주장에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동의한 것이다. 창업가 정신, 기업가 정신은 그렇게 소중한 것이다. 그래서 보호돼야 하고, 이는 기업에 소속된 임직원과 그 가족의 삶을 지켜내는 소중한 기초자산이다.

이제는 우리 사회가 기업승계를 부의 대물림이라는 부정적 시각이 아니라, 기업과 그에 소속된 임직원들의 소중한 삶과 일자리를 지켜내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는 따뜻한 시각으로 바라봤으면 한다. 100년 넘은 장수기업과 ‘히든챔피언’을 양성하는 독일의 합리적인 상속제도, 중소기업의 가업승계를 장려해 노하우를 이어가는 일본의 특례사업승계제도는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방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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